Home » 경향신문 – 가리왕산 찾은 국제 환경단체 활동가들 “어리석은 짓”

동계올림픽 활강스키장 건설을 위해 벌목이 진행되고 있는 가리왕산을 방문한 국제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Stupid(어리석은)!”을 연발했다. 수백년 동안 보전되어온 숲을 사흘 동안의 경기를 위해 훼손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연환경을 극심하게 훼손하면서까지 올림픽을 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의 표시였다.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한국시민네트워크는 당사국총회 참석차 방한한 국제환경단체 글로벌 포리스트 콜리션(Global Forest Coalition), 지구의 벗 인터내셔널(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 소속의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지난 14일 가리왕산 벌목 현장을 방문했다.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지난달 말부터 동계올림픽 활강스키장 부지가 있는 가리왕산과 멀지 않은 평창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가리왕산 스키장 부지는 전체 벌목 공정 중 30% 정도가 진행된 상태로 잘린 나무를 실은 트럭들과 공사차량들이 계속해서 오가고 있는 상태다.

지구의 벗 노르웨이에서 참석한 한 활동가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스키를 좋아하며, 노르웨이는 동계올림픽을 가장 많이 개최한 나라”라며 “나도 원래는 올림픽을 좋아했는데 이렇게 나무가 베어진 현장을 보니 더 이상 올림픽을 좋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파괴가 많은데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나”라며 “3일간의 경기로 나무가 쓰러지는 것이 너무 슬프고, 사람들이 스키 경기를 TV로 볼때는 좋아하지만 이렇게 환경이 파괴되는 실상을 알고 나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환경이 파괴하며 올림픽이 진행되어야 한다면 환경에 대한 올림픽의 기본 정신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리왕산 벌목 현장

지구의 벗 인터내셔널의 야고다 뮤닉은 “우리나라(크로아티아)에도 비슷한 사례로 기존에 스키 슬로프가 있었는데도 월드컵을 위하여 슬로프 확대 공사가 진행한 적이 있다”며 “처음에 지역 주민들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했지만 월드컵이 끝난 이후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유지비용만 계속 들어가 모두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리왕산에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포리스트 콜리션 활동가인 “시몬 로베라”는 “많은 나라, 정부에서 파괴하고 나서 복원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된 사례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예외규정인) 2Run(투런) 규정을 적용하여 올림픽을 진행해도 사람들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대체 왜 투런 규정을 적용하여 올림픽을 진행하지 않는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투런 규정’은 활강경기에 필요한 표고차 800m 지형 여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표고차 350~450m 경기장에서 두 차례 경기를 한 뒤 기록을 합산하도록 한 국제스키연맹의 규정을 말한다.

국제환경단체들은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와 국제스키연맹은 결정을 되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이들은 15일부터 개최되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고위급회의에서도 가리왕산 파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가리왕산 벌목 현장에서 활강경기장 반대를 외치는 환경운동가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0151414161&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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